(2018.01.23 김중혁 작가 북토크)


  소설가 김중혁이 아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김중혁을 만나고 온 날이다. 같은 말 같지만, 나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대학을 다닐 때 "한국현대소설의 이해와 감상"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다. 주로 다뤘던 작품은 현대 단편소설(동시대 소설이라고 표현해야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지만)이었다. 교수님이 꼽은 여러 단편 작품들을 읽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아무 주제로 글을 쓰는 게 주요 과제였다. 이를 하다 보니 생긴 습관이 작가의 이름을 보게 되지 않는 것이었다. 여러 단편 모음집에서 하나씩 골라서 모인 제본 책이어서 원래 어느 주제로 묶여 있던 소설이었는지, 같이 묶여 있던 소설들은 지금 이 소설과 어떤 식으로 연계가 되어 있는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개중에 김중혁 작가의 「유리의 도시」가 마음에 들어 따로 『일층, 지하 일층』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굳이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한 작품 자체를 깊게 읽는 즐거움을 느꼈으므로 '어느 작가'의 글인지를 알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미 교과서로 알고 있는 근·현대 작가들만큼 이 작가들에 대해 알고 있는 사전지식이랄게 없었다. 이는 동시대 문학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문체가 마음에 들거나 작품에 담긴 가치관이 마음에 들어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작품을 해석하는 데에 근간이 될 만큼 작가를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나의 시대를 공유하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다.

  한편, 작가의 의도를 알고 싶어 하다가 되려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었을 때, 내가 감명 깊게 감상했던 부분을 배우나 감독이, 가수가, 또 작가가 '사실은 아무 의미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할 때 느꼈던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럴 때는 "차라리 찾아보지 말걸, 이런 말은 도대체 왜 한 거람"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의도했건 안 했건 나만의 감상을 하면 되는데도, 작가가 엄청난 의도를 담았기를 바라고 있던 탓에 작가의 이러한 말 한마디에 나의 감상이 잘못되었다는 기분을 느껴버리고 만다. 



  참으로 길게도 썼지만, 어쨌든 이런 까닭에 저자 강연회와 같은 행사는 나의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이번 북토크에 응모를 하게 된 건,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김중혁을 만날 수 있단 기대 때문이었다. 요즘 들어 창작의 욕구는 나날이 샘솟는 데 반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던 차에 눈에 띄는 제목이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니, 이를 쓴 작가님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니. 나의 상황에 맞는 참으로 매력적인 기회였다. 



  다른 매체에서 작가님을 접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이미 MBC 라디오 "푸른밤 이동진입니다"에서 작가님의 목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현재 이동진 평론가와 함께 "영화당"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한다. 실제로 만나본 작가님은 굉장히 재치 있는 분이셨다. 그래서인지 작가와의 만남이 아니라 (최동민 MC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셀러브리티를 만나고 온 기분이었다. 진지한 분위기를 예상하고 갔는데 시종일관 재밌게 웃다가 왔다. 


  행사는 홍대 가톨릭 청년회관 CY씨어터에서 진행됐다.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라이브 방송도 함께 이뤄졌다. MC분의 유연한 진행 능력 덕분에 이미 다 읽고 왔던 책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다. 또, 내가 느꼈던 감상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감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사전에 질문했던 내용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적어낸 질문들에 대한 답들도 바로바로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사전에 신청한 질문과 현장에서 드렸던 질문에 대한 답을 모두 받을 수 있었는데,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정말 궁금했던 것을 물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질의응답까지 재밌는 시간을 마치고 나서는 사인회가 있었다. 나는 미리 전자책을 구매해서 읽었기 때문에 따로 챙겨간 노트에 사인을 받았다. 사인도 참으로 재밌게 하시는 작가님이다. 함께 받은 굿즈는 냉장고 자석인데, 곧바로 우리 집 냉장고 한쪽에 붙여 놓았다. 그리고 작가님이 책에서도 설명해두신 롤 메모지도 받았다. 책에 실린 그림들도 그렇고, 작가님께선 글씨도 참 잘 쓰신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책리뷰 >> 2018/01/31 - [BOOK/비문학] - 김중혁, 무엇이든 쓰게 된다



  알라딘 이벤트 창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이렇게 참석하게 되어서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다음 번에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행사에 종종 참석해보고 싶다. 물론 김중혁 작가님의 방송도 찾아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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