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역사를 통해 바라본 비트코인의 가치


  이 책의 부제는 '당신의 부를 늘려줄 가상화폐'이다. 이를 저자가 정한 것인지, 오늘날 한국의 흐름에 맞추어 번역하는 과정에서 덧붙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법하다. 제목의 '금화'와 더불어, 마치 비트코인에 투자해야 할 것만 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비트코인, 더 정확히 말해 가상화폐(일본도 현재 한국과 비슷하게 비트코인을 한때 유행처럼 흘러갈, 혹은 돈을 세척하는 등의 불법적인 무언가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제목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친숙해 하는 비트코인으로 정한 것 같다 책에 쓰인 뉘앙스를 바탕으로 추측한 내용이었는데, 실제로 일본은 가상화페를 통용되는 통화로서 법안을 통과시킬 만큼 우리나라와는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또한,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의 기초통)가 기존의 국가화폐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훌륭한 대체재로서 앞으로 지니게 될 가치를 말하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화폐의 역사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현재 화폐가 지닌 한계 _ 지나치게 불안정한 화폐


  전자화폐를 사용한 지 오래인 오늘날, 언뜻 비슷한 듯 보이는 가상화폐에 이렇게 열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화폐의 근본부터 파악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잘 생각해보면 화폐는 누군가 우리에게 사용을 강요한 돈이다. 우리는 돈 대신에 아무 종이에 대충 숫자를 적어 물건값을 치를 수 없다. 오로지 국가에서 정해준 화폐만이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왜 화폐 사용을 강요하는가. 궁극적으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국가라는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필요하다. 군대는 외국의 공격에 대비하고, 혹시 모를 정권을 차지하려는 국내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존재한다. 군대의 군수물자를 비롯한 모든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걷는 것이다. 또한, 세금을 거두기 위해선 사람들이 얼마를 버는지, 얼마를 쓰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국가가 철저히 통제할 수 있는 화폐만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조지폐는 모든 정부에게 크나큰 두려움이다. 통제되지 않는 화폐가 훨씬 더 값싼 가격으로 풀리는 순간, 자신들의 화폐 가치는 낮아지고 궁극적으로 권력은 힘을 잃는다. 


  하지만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렇게 강요되는 국가화폐는 너무나 불안정하다. 국가는 화폐 발행을 독점함으로써 그 가치를 좌지우지했다. 돈이 필요할 때 마구잡이식으로 발행하기도 하고, 어제까지 사용했던 화폐를 오늘부터 가치가 없는 휴짓조각으로 선언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을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저자가 일본인인 만큼 일본이 피해를 보았던 상황이 많이 나열하고 있지만, 우리 역시 일제에 의해 큰 손해를 보았던 대표적인 예가 있다. 바로 대일항쟁기에 있었던 화폐정리사업이다. 당시 일제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강압적으로 자국 화폐로 변경하였고, 우리 민족은 그 과정에서 큰 피해를 보았다. 그만큼 국가화폐는 중앙에 의해 철저히 조절되므로 일반 사람들로서는 그저 당할 수밖에 없다.


  한편, 화폐 관리의 실패는 국가가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경제의 기본적인 원리상 개수가 많을수록 가치는 떨어지는 법이다. 이는 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필요하다는 이유로 화폐를 지나치게 발행하는 순간 물가상승을 피할 수 없고, 지나친 물가상승은 곧 붕괴를 불러온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로마제국이다. 로마는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돈이 필요했다. 따라서 기존 화폐의 금 함유량을 낮추었다. 가치가 떨어지는 화폐가 시중에 대량 풀리면서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켰고, 거대한 로마제국은 결국 망하게 되었다. 에도막부 역시 같은 절차를 밟았다. 수많은 발행처에서 각각 만들어낸 화폐가 대량으로 풀리면서 화폐의 종류가 많아져 무엇이 진짜인지를 가려내기 힘들었고, 이는 큰 혼란을 야기했다. 이는 곧 에도막부의 끝을 불러왔다. 이렇듯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국가화폐는 상당히 불안정하다. 그것이 달러든 엔화든 원화든 마찬가지이다.



  가상화폐는 다르다 _ 대체재로서의 가상화폐

  전자화폐는 기존 화폐를 전자화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존 화폐의 단점이 그대로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개인이 발행하는 화폐이므로, 이러한 중앙통제식 화폐를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1982년 밴쿠버에서는 레츠(LETS,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는 국가가 아닌 지역 화폐로서 기능했다. 당시 캐나다는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화폐를 사용하지 않고 저금만 했다. 그러다 보니 유통되는 돈이 없어 혼란이 생기자, 밴쿠버 섬의 주민이 레츠를 발행해 사용했다. 국가 통제를 벗어난 화폐의 선례인 셈이다. 
  그렇다고 개인이 가상화폐를 마음대로 제한 없이 발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상화폐는 마치 금광처럼 정해진 총량이 있고, 이를 채굴(그래서 비유적 표현으로 채굴이라는 단어를 쓴다)하는 것을 개인의 몫으로 돌린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화폐의 원조 격인 화폐가 있다. 바로 12세기 영국의 부절제도이다. 부절은 쉽게 말해 나무 막대기인데, 두 사람이 거래할 때 나무 막대기 하나를 쪼개 두 개를 만든다. 그리고 각자 하나씩을 가져가는데, 쪼개진 모양은 전부 다를 것이므로 정확히 같은 모양의 부절을 가져와야만 거래가 성립되는 원리이다. 오늘날 블록체인은 부절제도와 닮았으며, 대신 나무 막대기가 수없이 많이 존재하여 더 안전하다.


  이를 분산 장부 기술이라고 한다. 분산 장부 시스템에서는 기존에 두 사람 사이에 거래를 할 때 신뢰를 입증해주는 제3의 무언가를 컴퓨터가 대신한다. 즉, 중개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때, 신뢰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암호가 필요한데, 이러한 암호키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모든 곳에 분산 저장된다. 설치된 수만큼 원본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를 위조하더라도 어딘가에는 위조되지 않은 원본이 있으므로 결국 위조, 변조가 불가능한 것이다.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화폐이기 때문에 뭔가 불법적인 거래로 사용될 것만 같은 가상화폐가, 실제로는 가장 안전한 것이다. 


  이미 가상화폐만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실례도 있다. 바로 엠페사이다. M은 모바일(Mobile)을 뜻하며, 페사(Pesa)는 스와힐리어로 돈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케냐 지방의 대학생이 만들어낸 이 소프트웨어는, 은행 계좌를 활용할 수 없는 아프리카 지방에서 엄청난 속도로 보급되었다. 가상화폐가 이미 화폐로서 성공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_ 선점하기 시작한 국가들


  저자는 가상화폐가 무려 대헌장에 필적할 만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를 선점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 특히 이렇게 획기적인 기술을 개인이 독식하지 않고 무료로 풀었던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주목한다면, 그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베일에 싸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일본인의 이름을 하고 있지만, 어떠한 기관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이 기술을 최대한 많이 배포했을 때,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이들일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의 말처럼 그들이 진짜 미국일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미 많은 국가 및 단체들이 앞장서서 가상화폐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과 미국은 아프리카에 혁명을 일으킨 엠페사를 빠르게 흡수했고, 중국은 이 시장의 50%를 차지했다. 우리가 단순히 유행이라고 치부하는 사이, 실제로 상용화하고 있을뿐더러 세계의 흐름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관리하는 화폐 종언의 시기가 왔을 때, 우리는 충분히 대비하여 적어도 그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해보이는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다른 블록체인 혹은 가상화폐 관련 책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일본은 이미 가상화폐를 통용되는 통화로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화폐를 중점적으로 실제 사례를 많이 들어 술술 넘어가게 쓰인 책이지만 구성은 약간 아쉽다. 정말로 저자가 예상하는 만큼 가상화폐가 정말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사실 모르겠다. 그래도 가상화폐가 앞으로 화폐로서 지닐 위상을 기대해보기에 좋은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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