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는 인류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질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아실현을 위해 산다고 배우며 자랐다. 그러나 살아가기 위해 노동은 필수였고 그렇기에 많은 현대인이 노동과 자아실현 사이의 어딘가에서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2055년이 되면 모든 게 바뀐다. 책에서는 그때가 되어도 인간은 여전히 자아실현을 위해 산다고 보는 것 같은데, 정말 책과 같은 세상으로 바뀐다면 도대체 그 자아실현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선 2055년의 메가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1. 기본 소득의 보편화 

: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와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게 된다.

  2. 의회가 소멸하고 정부가 축소된다 

: 비트네이션과 같은 분산되고 국경 없는 자발적 국가가 의회와 정부의 역할을 대신해준다.

  3. 전세계 1일 생활권 

: 시속 3,000km의 열차로 이동할 수 있고, 가상현실의 발달로 아바타를 대신 보내 일을 함으로써 1인 기업 활성화, 자영업자 보편화가 된다.

  4. 무료 의식주, 에너지, 교통, 의료 등 

: 3D 프린팅 기술과 태양광 발전, 무인자동차, 인공지능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듦으로써 모두 무료로 이용이 가능해진다.

  5. 우주식민지



  3D 프린팅 기술은 많은 것을 바꾼다.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모두 해결해주는데, 인간 삶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가 해결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의미를 지닌다. 3D 프린팅 기술로 옷을 만드는 것은 의료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불필요한 재고가 남지 않게 한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으면 그 디자인을 곧장 프린트하면 되기 때문이다. 철저히 개개인 맞춤형 스타일로 구현된다. 식문화도 바뀐다. 드론으로 매일 아침 식재료가 배달되므로,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냉장고가 필요 없어지며 3D 프린팅 기술로 음식도 만들어낼 수 있다. 심지어 소이렌트와 같은 영양소를 모두 갖춘 약으로 아예 식사를 대신할 수도 있다. 3D 프린팅 기술은 집도 짓는다. 특히 기존에는 다루기 힘들었던 자재를 활용하여, 안전을 위해 직선 구조로 이뤄졌던 건축물들이 곡선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게 한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에너지 문제도 해결된다. 기존의 패널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태양광 패널을 활용하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고, 환경 오염도 막을 수 있다. 무인 자동차의 보편화로 무인 택시를 24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자동차 소유의 의미가 사라진다. 이렇듯 기술의 발달을 통해 비용이 줄어들어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현재 핀란드처럼 기본 소득이 보편화 되어 먹고 사는 데에 굳이 노동이 필요하지 않다.


  한편, 의학적 측면에서 2055년은 정말 많은 것이 변화한다. 인체 장기 칩으로 다양한 방면의 의료 실험이 가능하며 노화와 죽음의 원인이었던 텔로미어의 길이를 줄어들지 않도록 하거나 줄어든 것을 늘릴 수 있다. 3D 프린팅 기술로 필요한 장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슈퍼휴먼이 등장하며 디자이너 베이비가 탄생하고 장애를 없앨 수도 있다. 이런 모든 기술은 결국 인간의 노화를 늦추고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게 한다. 아니, 영생이 가능하다고 한다.



  죽음이 없는 삶은 어떨까. 더군다나 노동이 필요 없는 삶이라면 말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삶의 장단점을 나열하였는데, 상상하기 참 어렵다. 판타지 소설을 보면 항상 수명이 길거나 영생을 사는 종족은 인간을 흥미로워한다. 그들에 비해 턱없이 짧은 생을 보내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도 강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정의하는 인간의 모습은 이러하다. 제한된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를 평생 고민하며, 때로는 무기력하게 때로는 적극적으로 살아간다. 끝이 정해져 있다는 것,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끝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노동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필연적 요소였다. 그렇기에 자아실현이라는 단어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배제된 삶에서는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사랑을 떠올려 봤지만, 가상현실의 발전은 이마저도 경우의 수를 확 줄인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현실은 성적인 측면도 모두 만족시켜주며, 그러한 자극은 오히려 실제의 관계를 거부하게 하리란 건 쉬이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망이 생길지도 의문이다. 어차피 내가 평생 살 수 있다면 종족 보존의 욕구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저자는 서두에 4차 산업 혁명은 18세기 후반 혁명과 모습이 많이 닮았다고 한다. 기술의 변화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많고, 새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해도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게다가 늘어나는 인구만큼 일자리는 많지 않아 실업률이 지속해서 높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일할 필요도 없으며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잉여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 무언가를 배우며 살고 싶어도 지식은 다운로드하면 그만이고, 외국어도 알아서 다 통역을 해주며 학습 능력을 키워주는 기술(경두개 직류전기 자극법, tDCS, 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로 학습의 의미도 사라진다.


  어쩌면 메가시티의 존재는 이러한 이유에서 탄생하는지도 모른다.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실업난을 해소하고 거대한 무언가를 완성함으로써 내면에 어떠한 자극을 주게끔 했던 것처럼 메가시티는 미래 인류에게 그러한 의미로 다가갈 수도 있다.


  물론 이만큼 기술이 발달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설사 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윤리적 문제 등을 들어 쉽게 흘러가지도 않을 테지만, 인간이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와 같은 철학적인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한편, 2055년까지 블록체인 기술이 미칠 영향력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상거래의 문제였던 사생활 보호나 안전 문제를 해결한 블록체인 기술은 기계에 의해 움직이는 상거래 생태계가 가능하게 한다. 즉, 인간의 개입 없는 거래가 가능하다. 게다가 미래에는 의회가 소멸하고 정부가 축소된다고 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저변에는 블록체인이 있다. 비트네이션, 즉 분산되고 국경 없는 자발적 국가(DBVNs, Decentralized Borderless Voluntary nations)는 정부와 같은 제삼자의 권한을 대행한다. 이는 세 가지 특징을 지니는데, 권력을 분산하며 특정 지역에 서비스 제한을 두지 않는, 다시 말해 국경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민들을 비자발적 노예로 삼지 않아 구조적 폭력에서 자유롭게 한다.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시민은 자기만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도 가능하며 원하는 DBVN을 선택할 수도, 여러 개를 선택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은 이렇듯 의회와 정부를 대체하여 민원을 처리하는데, 실제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블록체인의 예로는 이더리움이 있다.


  블록체인이 앞으로 중심 기술로 자리 잡을 거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래에서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새삼 놀랍다. 나도 모르게 블록체인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도 계속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느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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